| [유태희의 문화산책] 전하 어디로 가시나이까 정민준 기자 jil3679@daum.net |
| 2023년 02월 11일(토) 07:59 |
|
아관파천의 원인을 살펴보면 1895년 일본은 조선 정부 내 러시아 세력을 견제하기 위하여 명성황후 시해 사건을 일으켰다. 이어 친일 성향의 제3차 김홍집 내각을 발족시켰다. 이때 태양력을 사용하고 단발령을 내리는단발령을 실시하는 등 급진적인 개혁을 단행하여 조선 정부를 자극하였고 여론을 악화시켰다. 그 결과 유림은 전국적으로 의병을 일으켜 저항하였고, 많은 백성이 일본 세력의 만행을 규탄하였다. 그러자 의병운동을 진압하기 위한 궁궐 호위의 중앙군이 지방으로 차출되었기 때문에 수도의 경비가 소홀해진 틈을 타 1896년 2월 11일 고종 국왕을 러시아 공사관으로 옮긴 것이다. 워낙 힘이 없었던 조선은 일본의 독주를 우려한 열강, 즉 러시아가 주동하고 프랑스·독일이 연합한 이른바 삼국간섭으로 랴오둥반도를 청에 반환하게 되었을 때 간신들은 나라를 팔아먹고 왕은 중심을 못 잡고 허둥대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러시아의 영향력에 자극되어 조선에서는 배일 친러 적 경향이 싹트게 되었다. 그동안 친일 세력에 눌려 있던 민비(閔妃)의 성이 다른 일가 세력과 함께 구미 공관과 밀접한 접촉을 하며접촉을 가지며 친미·친러 적 경향을 보이던 정동파(貞洞派) 인사들이 득세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후 일본 공사 이노우에(井上 馨)의 매수 정책에 따라 김홍집 내각이 성립되었지만, 민비 세력과 친미·친러파가 요직을 장악하였다. 한심한 것은 고종이 러시아 공사관에 머무르는 1년 동안 조선 정부의 인사와 정책은 러시아 공사와 친러파에 의하여 좌우되었는데 경원·종성 광산 채굴권, 인천 월미도 저탄소 설치권, 압록강 유역과 울릉도 삼림 체벌권 등의 경제적 이권이 러시아에 넘어가고 러시아의 알렉세예프(Alexiev, K.)를 조선 정부의 탁지부 고문으로 앉혀 조선의 재정을 농락했다. 러시아뿐만이 아니다. 다른 열강들도 전차·철도부설권, 삼림 체벌권, 금광·광산 채굴권 등 시설 투자와 자원 개발에 관한 각종 이권을 획득했고 일본은 이들 열강으로부터 전매하는 방법으로 이권 쟁탈에 참여해 조선의 국부가 모두 열강에 넘어간 것이다.
그 후 다시 러시아에 대한 반감이 커지는 대신 친일파가 득세하는 시대가 되었다. 고종은 주변으로부터 질시의 대상이 된 통역관 김홍륜에게 갑자기 재판도 없이 유배형을 내렸다. 그 이유는 김홍륜이 흑산도로 유배를 떠난 지 17일이 지난 9월 12일 저녁 고종과 황태자가 저녁 수라 후 나온 커피를 마시고, 황제는 구토하였고 황태자는 실신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황제를 가까이서 모시던 김한종은 남은 커피를 반 잔쯤 마시고 인사불성이 되는 사건도 벌어졌으니 그야말로 목불인견이라 아니할 수 없다. 여기서 위기를 극복한 나라와 실패한 나라를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는 결국 지도자의 자질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강대국에 휘둘려 국제추세도 못 읽고 위협의 본질을 망각하고 우왕좌왕하던 혼구는 고종이 떠오른다.
그것은 이미 중국이 러시아를 대신하는 대륙의 신흥 강국으로 등장하면서 패권 도전장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 포위망을 뚫고 태평양으로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그래서 중국은 차근차근 우리를 중국의 일부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고구려를 필두로 한반도 국가들을 중국 지방정부로 보면서 한국사를 중국 역사로 둔갑시키고, 한복에서 김치에 이르기까지 중국 문화로 만들고 있지 않은가? 더구나 외교 의전에서도 한국을 홍콩이나 마카오와 같은 대우를 하고 있다. 과거 전통적인 종주국과 속방의 관계를 복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이다. 최근의 호주 언론은 "한국은 철 지난 이념전쟁 때문에 1년에 약 300조 정도가 새어서 없어진다." 했다. 참 기막힌 오늘이다.
 |
정민준 기자 jil3679@hanmail.net정민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