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희의 문화산책] 대한민국의 첫 아이돌 백남준 백남준 이야기 정민준 기자 jil3679@daum.net

2023년 02월 11일(토) 08:35

▲유태희(시인, 소설가 · 극작가 · 사진작가 · 예술인협동조합 ‘이도의 날개’ 창작동동체 대표 · 세종행복도시필하모니오케스트라 대표)

백남준은 대한민국 출신의 미국 국적 예술가다. 하지만 서울 종로구 서린동 출신이고 경기 중학을 나왔다. 백남준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대한민국의 예술인이고 첫 번째 아이돌일 것이다. 그는 조선 직물 업계의 큰손이자 친일파인 백낙승의 아들로 태어났고, 덕분에 매우 유복한 환경에서 성장했다. 집에는 피아노나 전축은 물론 당시에, 서울에당시에 서울에 딱 2대 밖에 없었던 캐딜락도 있었고, 광복 전에 유치원(애국유치원)에 다녔으며 한국전쟁의 그 아비규환 속에서도 파인애플을 먹을 정도의 부잣집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돈은 물 쓰듯 쓰는 거다'라고 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그의 조부 백윤수 또한 청나라 비단을 독점 판매했던 거부였으며 종로5가와 동대문시장 일대의 포목상 절반이 그의 것이었고, 국상 때 만조백관의 상복과 제복을 일체 도맡았을 정도로 섬유업계의 막강한 실력자였다.

백남준은 이대 음대학장을 지냈던 신재덕에게 피아노를, 작곡가 이건우에게 작곡을 배웠다. 그가 음악을 배우고자 한 계기는 어린 시절 접했던 독일의 아널드 쇤베르크다. 부유했던 부친 덕분에 당시로서는 최신 전위음악을 들을 수 있었고 그의 예술에 시금석이 되었을 것이다. 이때부터 그는 일반적인 클래식 음악보다는 음악 자체의 틀을 깨는 새로운 음악에 관심이 있었다. 훗날 음악을 전공하면서도 행위 음악을 작곡하고 전위 퍼포먼스를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1949년에는 이승만 대통령의 부탁으로 무기 구입을 위해 홍콩으로 갔다는 설이 있는 부친 백낙승의 통역으로 따라가 홍콩의 로이덴스쿨로 전학한다. 백남준은 이때 영어와 중국어를 배우게 된다. 그 후 떠돌이 인생이었던 백남준은 6개 국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다. 그는 이 6개의 언어를 혼용하여 말하기도 했으며, 자기만 아는 직접 만든 말을 쓰기도 했다고 한다. 특이한 점은 어린 시절 한국(식민지 조선)을 떠나 평생을 지냈기에 1990년, 2000년대가 되어서도 한국어를 쓸 때는 예스러운 어휘와 억양을 썼다는 점. 말투는 굉장히 어눌한 편이다. 그러나 백남준의 심중에는 쇤베르크가 자신을 정의한 "나는 혁명적으로 되기를혁명적이 되기를 강요당한 보수주의자다"라는 말이 항상 꿈틀거렸을 것이다.

그 후 백남준은 도쿄로 넘어가서 도쿄대학 미학/미술사학과를 졸업하였다. 그리고 대학원을 당시 현대음악의 메카 독일 뮌헨 대학교로 진학하여 철학 석사와 음악학 석사를 취득했다. 그런데 독일에 있을 때쯤 존 케이지나 조지 마치우 나스 등의 영향을 받아 행위예술을 접한 뒤 행위예술가로 변신하였고, 1979년부터 1996년까지 17년간 독일 뒤셀도르프 미술대학 조각과 교수로 있었지만, 뉴욕에서 작품 활동하느라 바빠서 학생들을 자주 보지 못해 미안해했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백남준의 아내 구보 타 시데코가 남편이 죽은 뒤에 쓴 “나의 사랑, 백남준”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매우 흥미롭다. “미국 뉴욕에 살 때 돈이 없었는데 한국의 백남준 형님이 1만 달러를 보내줬다고 한다. 아버지의 유산으로, 마지막으로 보내주는 돈이었다. 그런데 백남준은 그 돈으로 생계를 꾸릴 생각이 없었고, 컬러텔레비전과 골동품이나 사다가 대뜸 불상을 하나 구입했다. 구보 타 시기코는 이를 보며 어이가 없었다. 이렇게 돈을 다 탕진했는데 전시는 하고 싶어 했다. 당시 ‘하늘을 나는 물고기’ 전시하고 싶었는데 돈이 없어 못 하고, 사뒀던 불상과 TV로 ‘TV부터’를 만들어 전시한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이 뉴욕 미술계에서 초대박을 치고 말았다. 그 이유는 동양의 오래되고 고고한 상징과 서양의 최첨단 기술이 마주 보며 정면으로 충돌하는 이미지가 큰 감흥을 준 것이다. 이렇게 결과는 좋았지만, 백남준은 기본적으로 경제관념이 아주 부족했다고 한다.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만큼 돈을 어떻게 써야 잘 쓰는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몰랐다. 그는 사업가 아버지의 길을 전혀 따르지 않고 음악과 미학에 관심이 깊었기 때문일지 모른다.”

살펴보면 머리카락에 먹을 묻혀 선을 그리는 것도 백남준이 처음 시작했던 퍼포먼스다. 이후 플럭서스의 일원이 되고, 미국 뉴욕과 독일에 오가면서 활동하기 시작한 뒤 2006년 미국 타임지 선정 아시아의 영웅, 2000년 대한민국 금관문화훈장을 받기도 했다. 세계는 지금 주목하고 있다. 한류를 통해 어떤 예술가가 세계를 향해 어떤 메시지를 외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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