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희의 문화산책] 공자의 논어와 돈키호테 정민준 기자 jil3679@daum.net

2023년 02월 16일(목) 08:50

▲유태희(시인, 소설가 · 극작가 · 사진작가 · 예술인협동조합 ‘이도의 날개’ 창작동동체 대표 · 세종행복도시필하모니오케스트라 대표)

모두가 알다시피 공자(孔子)는 유가의 시조이다. 공자는 노나라 추 읍에서 태어났다. 현재 산둥성 서남부의 취푸시 부근이다. 공자의 가계는 불확실하다. 그가 상(商)왕도 출신이라는 이야기, 고아라는 이야기가 있지만 이 모든 설들은 문헌에서 확인할 수 없는 것들이다. 공자는 자신을 두고 ‘나는 젊었을 때 미천한 사람이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렇다고 그가 교육을 못 받았던 것은 아니다. 공자는 젊은 시절에, 말단 벼슬아치로 서기 같은 일을 하면서 학문뿐만 아니라 음악, 궁술과 같은 기예를 익혔다. 또 창고지기나 목장 관리직처럼 비교적 사회적 신분이 낮은 직책을 맡았다. 이러한 경험은 훗날 그가 백성 중심의 유교적 사고를 펼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공자는 화가 나서 지팡이로 사람의 정강이를 때린 적도 있었다. 그리고 자신은 그렇지 않지만, 언변에 뛰어난 자궁을 부러워하기도 했다. 여기서 공자가 말한 사람의 됨됨이를 알아보는 아홉 가지 방법에 대해 살펴보자.


첫째, 충성하는가를 알고 싶다면 멀리 심부름시켜보라.
둘째, 공경하는지를 알고 싶다면 가까이 두고 써보라.
셋째, 능력을 알고 싶다면 번거로운 일을 시켜보라.
넷째, 지혜를 알고 싶다면 갑자기 질문을 해보라.
다섯째, 신용을 알고 싶다면 급한 약속을 해보라.
여섯째, 얼마나 착한지 알고 싶다면 재물을 맡겨보라.
일곱째, 절개를 알고 싶다면 위급한 일을 얘기해보라.
여덟째, 절도를 알고 싶다면 술에 취하게 하라.
아홉째, 호색함을 알고 싶다면 남녀가 섞여 지내게 하라.


공자는 논어에서 정치는 권력을 누리는 것이 아닌 영향력을 펼치는 일이라 했다. 또한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아는 것이 진정한 지식인이라 했다. 시카고 대학 출신인 중국의 사학자 H.G 크릴은 그의 저서《공자, 인간과 신화》에서 서양 학자답게 공자의 주유열국을 돈키호테의 여정에 비유하면서 돈키호테의 여행은 그가 추종하던 기사도의 조종을 울린 것이라 말했다. 그는 이 책에서 공자가 만일 노나라에 머물며 자문역이나 즐기면서 제자들이나 키우는 데 만족하지 않고 성공 가능성이 희박했음에도 불구하고 떨쳐 일어나 모범을 보였기에 일개 설교자 위치에서 벗어나 미래의 위대한 예언자가 될 수 있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나는 크릴의 책을 읽다가 뮤지컬〈돈키호테〉의 명곡〈이룰 수 없는 꿈〉의 가사가 떠올랐다. 사실 이 노래는 소설에서 돈키호테의 유언이기도 하다. 아마, 이 ‘유언’을 공자에게 다시 바치더라도 흘러넘치지 않을 것이다. 아니 더욱 어울릴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돈키호테와는 달리 공자는 실존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 꿈 이룰 수 없어도, 싸움 이길 수 없어도

슬픔 견딜 수 없다 해도, 길은 험하고 험해도

정의를 위해 싸우리라. 사랑을 믿고 싸우리라

잡을 수 없는 별일지 라도 힘껏 팔을 뻗으리라.

이게 나의 가는 길이요. 희망조차 없고 또 멀지라도

멈추지 않고 돌아보지 않고 이젠 나에게 주어진 이 길을 따르리라.

내가 영광의 이 길을 진실로 따라가면

죽음이 나를 덮쳐 와도 평화롭게 되리

세상은 밝게 빛나리라 이 한 몸 찢기고 상해도

마지막 힘이 당할 때까지 가네. 저 별을 향하여......


만약 공자께서 이 노래를 하늘에서 들었다면 틀림없이 어떻게 내 마음을 그대로 묘사했냐며 눈물을 흘리는지 모른다. 끝까지 이루지 못했던 ‘가혹한 정치’가 없는 이상 국가 건설의 꿈, 수많은 소인배와 권력자와 벌였던 이길 수 없었던 싸움들, 그래도 갈 수밖에 없었던 그 길. 그리고 사후의 영광, 그것이 현재에도 귀감이 되는 지혜로운 자의 멍에일 것이다.

정민준 기자 jil3679@hanmail.net 정민준 기자 입니다. CTN 네이버 블로그 CTN 방송 CTN 페이스북 CTN 트위터 정민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