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권위]13년만의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 재심 무죄 판결... 사회적 약자의 보호는 어디에 -취약성을 악용한 강압수사는 중대한 인권침해 가요진 기자 gyj1119@naver.com |
| 2025년 11월 03일(월) 18: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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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이하 '이 사건')은 2009년 7월 6일 전라남도 순천시에서 주민 4명이 청산가리가 혼합된 막걸리를 나눠 마신 뒤, 2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상을 입은 사건이다. 검찰은 숨진 여성 최 씨의 남편과 딸의 부적절한 관계를 범행동기로 보고 부녀를 범인으로 지목하여 기소했다.
1심 재판에서는 두 사람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2심에서 각각 무기징역(남편)과 징역 20년(딸)의 중형이 선고됐고 2012년 대법원 확정판결로 두 사람은 오랜 복역 생활을 했다. 사건 당시 아버지는 문맹, 딸은 경계선 장애가 있었음에도 수사기관은 이에 대한 고려 없이 오히려 취약성을 이용해 자백을 강요했고, 부녀는 수사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수갑과 포승줄에 결박된 상태로 장시간 수사관의 질문을 받아야 했다. 또한 헌법 및 형사소송법에서 규정하는 변호인 조력권, 불리한 진술거부권, 피의자신문조서 열람권 등을 보장받지 못했다.
수사기관의 수사와 법원의 재판, 형 집행 등은 국가의 공권력 행사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수준으로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행위이다. 따라서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의 기본적 인권이 충실히 보장되어야 한다. 특히 장애인, 아동·청소년 등 취약한 지위에 있는 사회적 약자의 경우에는 단순히 법률적 절차를 안내받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 이해와 명확한 의사표시가 이뤄질 수 있도록 보호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헌법 제12조는 진술거부권과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고, 「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4조는 자백의 자유와 변호인 조력 등 피의자가 자신을 방어할 충분한 시간과 수단을 부여받아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 사건 재심 판결은 수사 당시 자백의 임의성이 확보되지 않았고 강압수사로 인해 형사절차상 기본권이 보장되지 않았다는 점을 법원이 인정하면서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이에 헌법과 국제인권규범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기본권 보장 및 적법절차 원칙 준수의 중요성을 되새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재심은 형사사법 절차에서의 인권 보장을 위한 최후 보루이다. 따라서 검찰은 상고 여부 검토에 있어, 관행적 불복절차에 따를 것이 아니라 재심이 피고인의 권리 회복에 중심 가치를 두고 있다는 본질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오판으로 야기된 부녀의 기본권 침해 회복을 최우선으로 검찰이 상고 여부를 검토하기를 기대한다. 더 나아가, 형사절차 전반에 있어 인권 보호가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가를 환기하고 형사사법절차에서의 사회적 약자 인권보장체계를 재정비할 필요성이 있다.
인권위는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 재심 무죄 판결을 계기로 형사사법절차에서의 사회적 약자 인권 보호가 단순한 시혜적 보호정책이 아닌 헌법적 의무이자 사법 정의의 핵심 요소라는 점을 강조했다. 인권위는 앞으로도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사회적 약자의 인권이 더욱 보호될 수 있도록 보다 면밀히 법 제도와 관행을 살펴보고 점검하여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등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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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진 기자 gyj11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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