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게소 내 한 의류판매점이 휴게소 측이 점포를 비우라고 일방적인 결정을 하자 항의의 뜻으로 하룻 동안 영업을 하지 않았다.(사진제공 옥천향수신문 김병학 기자)

[옥천/CTN]이기국 기자 = 전국 제일의 경관을 자랑하는 금강휴게소(이하 휴게소)가 휴게소 내 입점 상인들을 상대로 지나친 갑질을 하고 있어 입점 상인은 물론 지역민들로부터 원성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옥천향수신문이 취재한 내용을 종합하면, 우선 휴게소는 휴게소 1층에 입점해 있는 의류매장과 농산물 판매장 등 이른바 '수수료 매장' 등에 대해 자리를 비우도록 요청한 것.

동시에 휴게소는 이들 수수료 매장 등에 공문을 보내고 불응 시 법적대응을 취하겠다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휴게소와 매장 점주들과의 신경전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휴게소 1층에서 D의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K씨에 따르면 "우리가 처음 이곳에 매장을 하겠다고 했을 때 휴게소와 점주들은 일정액의 권리금을 지불하고 영업을 해 왔다. 그런데 15일 후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매장을 비우라는 통보를 받았다. 나와는 단 한마디도 상의를 하거나 납득할만한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이것이야말로 '갑질'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라며 분개심을 감추지 못했다.

또 다른 매장을 운영하는 C씨도 "자리를 비우라고 하는데 다른 방법이 없다. 이곳에서 10년 넘게 영업을 해 왔다. 아무리 휴게소 측의 사정이 있다 할지라도 이건 아닌 것 같다. 도무지 사람으로서 취해야 할 태도가 아니다"고 했다.

결국 C씨는 휴게소의 압박에 못이겨 지난 7월 28일 매장을 비우고 말았다.

판매금액 전액 휴게소가 관리
수수료도 최대 50%까지 떼
직원 월급과 물품 대금 빌려 지불

K씨는 이어 "휴게소는 휴게소 내 모든 매장이 판매하는 판매금액을 휴게소가 1차적으로 관리한다. 무슨 근거로 그러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더욱이 판매금액 역시 매월 말일이 아닌 10일과 20일 두 번에 나누어 입금을 해준다"며 "나같은 경우 직원 월급을 매월 말일 지급하는데 그때마다 내 개인 돈으로 지급해 왔다. 특히 본사에 보낼 물품대금마저 여기저기서 빌려 송금하고 있다. 작금의 휴게소가 취하고 있는 행태를 보면 약한 사람을 상대로 피를 빨아 먹는 흡혈귀 이상의 느낌을 받는다"고 일갈했다.

K씨는 또 "휴게소에서 매장들로부터 매월 징수하는 수수료도 문제가 많다.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판매액의 50%를 떼고 있다. 여기에 매장별로 보증금을 수천만 원부터 수억 원까지 받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 어느 매장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아주 특별한 케이스다. 솔직히 말하면 휴게소는 손도 안대고 코를 풀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순진한 매장 점주들은 지금껏 어디에 대고 말 한마디도 못하고 당하고만 있다"고 했다.

K씨는 "올해로 4년째 장사를 하고 있다. 특히, 3년 전부터는 코로나 19로 엄청난 적자를 보았다. 그러다 근래들어 코로나 19가 완화되면서 어느 정도 영업에 탄력이 붙으려 하자 갑자기 매장을 비우라 하니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지고 만다. 휴게소도 사람이라면 최소한의 도덕성을 발휘해 코로나로 입은 손실에 대한 회복기간은 줘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나는 코로나 기간 동안 판매 저조로 인한 손실로 인해 당장에 직원들을 해고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들도 같은 식구라는 차원에서 4명의 인건비 모두를 내 사비로 충당했다"고 했다.

코로나 손실 보전 계획
휴게소 측 갑질로 물거품

하지만 이러한 매장 업주들의 생각과는 달리 휴게소의 의지는 변함이 없다. 휴게소 관리를 맡고 있는 L 소장은 "수수료 매장들이 적자를 보았다면 휴게소 역시 적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본사 방침에 따라 휴게소 활성화를 목적으로 수수료 매장들을 정리하고 있다"며 "수수료 매장이란 특성상 계약기간 중이라도 휴게소 차원에서 계약을 해지하면 비우도록 되어 있다"고 했다.

L 소장은 이어 "공문 발송 기한 내에 매장을 비우지 않을 경우 변호사를 선임해 법적 대응을 할 수 밖에 없다. 다만, 매장 점주들이 휴게소 입장을 이해해 주길 바라며 더 이상의 충돌은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렇듯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는 휴게소와 매장 점주들 간에 해결방법은 없는 걸까.

먼저 매장 점주 K씨의 주장은 이렇다. "처음 휴게소와 매장을 계약할 때 전 매장 점주로부터 모든 시설비와 관련된 일체의 비용을 지불하고 계약을 했다. 그러한 사실은 전 휴게소 소장도 알고 있다. 따라서 휴게소 측의 주장대로 내년 5월 말까지 비우라고 하면 시설비 변상해 주든지 아니면 5년 간 더 영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기간을 연장해 주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휴게소의 입장은 다르다. L 소장은 "전 휴게소장과 어떤 내용으로 계약을 했는지 몰라도 당시 계약서를 보면 계약기간 중이라도 휴게소가 필요에 의해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 그에 응한다는 내용이 적시되어 있다. 더욱이 시설비 변상을 주장하는데 점주가 요구하는 시설비는 모두가 물품비로써 변상 내용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했다.

따라서 시설비는 변상해 줄 수 없으며 기한 연장 역시 불가능함을 분명히 했다.

한편, 금강휴게소는 2002년 현대아산나눔재단과 20년 기부채납(寄附採納) 임대차 계약을 맺고 2022년 말 계약이 만료된다.

이후 해당 토지가 아산나눔재단에 넘어가면서 10년에 한해 재계약을 맺을 수 있다는 단서에 의거 25억 원을 들여 대대적인 리모델링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기국 기자 leegikook@hanmail.net 연당 이기국 기자 입니다. CTN 네이버 블로그 CTN 방송 CTN 페이스북 CTN 트위터 이기국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