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방화문이 열려 있다면, 방화문이 없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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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방화문이 열려 있다면, 방화문이 없는 것과 같다
  • 입력 : 2023. 11.10(금) 11:29
  • 이은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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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공주소방서장 류일희] 하늘은 높푸르고 곡식은 익어 풍요로운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은 어느덧 지나가고 겨울의 길목에 들어섰다. 한 해가 저물어 가며 연말이 다가올수록 설레는 마음을 갖지만, 소방서에는 긴장감이 고조된다.

다가오는 겨울철은 계절 특성상 난방용품과 온열기 등 화기 사용량이 급증하고 실내 활동 시간이 늘어나며, 크리스마스 등 연말연시 여러 축제와 모임으로 화재의 위험이 만연해진다.

국가화재정보시스템 공주시의 화재 발생 5년(`18~`22년) 통계를 보면, 매년 평균 47건(28.6%)의 화재가 겨울철에 발생하여 그로 인한 사상자 수는 여름과 비교했을 때 무려 4배에 달한다.

화재 건수는 주택화재에서 가장 높았으며(29%), 화재의 절반 가량이 부주의(45.5%)로 발생하는 점으로 보아 화재 피해 저감을 위해서는 평소 안전의식 향상이 절심함을 알 수 있다.

화재 시 주로 사망자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상식 중 하나로 화재사의 원인이 소사(燒死, 몸이 불에 타 죽는 것)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소방청에 따르면 유독가스와 산소부족으로 인한 질식사가 70% 이상을 차지한다. 바로 화재로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다름 아닌 ‘화재 연기’인 것이다.

화재 연기는 빠르고 유독(有毒)하다. 사람의 평균 보행속도는 1.3m/s이다. 건물 내 연기의 이동속도는 계단실 등의 수직방향으론 최대 5m/s로 화재현장에서 시야가 제한된 사람이 이동하는 속도보다 월등히 빠르다. 또한 화재로 발생한 연기는 일산화탄소(CO) 등의 유독가스가 생성되는데, 건강한 사람도 자칫 단 한 번의 호흡으로 패닉에 빠지거나 실신, 심하게는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실제 2015년 1월, 경기도 의정부의 한 아파트에서 1층 주차장에 있던 오토바이에서 발생한 불이 닫혀있지 않던 방화문을 통해 화염과 연기가 계단을 타고 급속히 확산하면서 아파트 주민 등 5명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보는 방화문은 그 단어 자체로 방화(防火, 화재를 막다)의 역할도 하지만, 또 생명에 치명적인 유독가스의 확산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그 역할을 다하기 위해선 상시 닫혀있도록 관리돼야 한다.

방화문이 닫혀 있어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사례로는 2023년 9월 전라북도 정읍시의 한 요양병원에선 1층 식당에서 화재가 발생하였고 그 위층으로 340여명의 대부분 거동이 불편한 와상환자들이 상주하여 다수의 인명사고 우려가 컸으나, 제대로 관리된 방화문 덕분에 입원실까지의 연기 유입이 차단되어 소중한 인명을 지킬 수 있었다.

평소에 편하다는 이유로 열어 놓은 방화문, 위의 두 사례를 통해 평소 방화문을 잘 닫아두는 것, 그 단순한 차이가 나의 가족과 이웃을 화마(火魔)로부터 지켜줄 수 있는 가장 쉽고 중요한 습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모든 화재는 시간과 장소를 약속하지 않는다. 그러니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화재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항상 대비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 시작은 거창할 것도, 대단할 것도 없다. 바로 사소한 나와의 약속이 가장 중요한 열쇠일 것이다. 방화문이 열려 있다면 방화문이 없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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