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왜 게임에 빠질까

김영희 교육에세이
아이들이 왜 게임에 빠질까
- 김영희 CTN/교육타임즈 객원기자
  • 입력 : 2024. 05.27(월) 15:57
  • 김영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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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CTN/교육타임즈 객원기자
[김영희 교육에세이/CTN] 장마로 꽤 무덥던 어느 날이었다. 중학교 1학년 남학생의 엄마가 상담차 나를 찾아왔다. 초등학교 때까지 공부 잘하던 아이가 갑자기 공부는 안 하고 자나 깨나 게임에만 빠져 산다고 속상해 했다. 아이가 공부 스트레스로 원형탈모증까지 생긴지 1년쯤 됐다며 어머니의 표정은 어둡고 안색도 그다지 안 좋았다. 며칠 전에는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애 때문에 애간장이 녹는 줄 알았다고 했다.
“ 착실한 재영이가 오늘 결석했는데 무슨 일 있는지요?”
“ 어, 그래요? 분명히 아침에 애가 등교하는 걸 보고 저는 출근했는데요.”
뭔 일인가 싶어 부랴부랴 아이를 수소문했더니 동네 게임방에 가 있는 게 아닌가. 근래에 게임방 출입이 잦은 거 같아 용돈도 안 주기로 했는데 무슨 돈으로 게임방 출입을 하나 싶었다. 곰곰이 생각하며 아이 책상을 뒤지다 말고, 화장대 서랍에 간직해둔 백화점 상품권이 없어진 걸 알았다. 그것을 몰래 가져가 게임비용으로 충당했다. 왜 학교에 가지 않았는지 물으니 학교에 가기 싫다며 퇴학하고 싶다고 했단다.
중학교 1학년이면 대개 사춘기다. 사춘기는 미친 개 한 마리를 키운다고 여기면 된다고들 한다. 질풍노도, 천방지축의 대명사인 아이들은 혼돈 속에서 자란다. 그것 또한 성장통 중 하나다. 인생을 길게 놓고 볼 때 잠깐의 헛짓과 공백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다른 아이들은 공부에 몰두하는데 내아이만 헛된 시간을 보내는 거 같아 부모는 애가 타지만 아이의 입장을 무시한 처사다. 아직 성장기에다 미완성 단계다. 그 속에서도 배울 게 얼마든지 많다. 비관적으로만 보는 부모의 관점도 문제일 수 있다.
부모는 아이가 모범생이길 바란다. 이제 모험생을 길러야 할 시대다. 호기심으로 모르는 분야를 개척하는 탐구정신은 미래에 살 아이들에게 커다란 자산이다. 공부가 컴퓨터 게임보다 더 재밌어 모험하며 공부하게끔 공부 방식을 개발하면 되지 않을까? 그러면 공부 천재들로 이세상이 가득 찰 것이다. 어른들은 그런 고민을 할 일이지 아이 탓만 할 일인가.
“에밀”을 통해 어린이 교육과 자연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루소도 공부를 재밌게 개발하지 못하는 것은 어른들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뼛속부터 디지털화된 요즘 아이들을 위해 학습 방법부터 달라져야 한다. 각자의 소질에 맞는 것을 지향하도록 각 분야 최고봉에게 스킬과 안목을 배우게 하면 어떨까? 최고의 목수가 되려면 1 인자한테 기술을 익혀야 하듯,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에게는 게임 관련 전문가의 지도가 필요하다. 2023년 11월 19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롤드컵’ 한중 결승에서 대한민국 프로게이머인 ‘페이커’ 이상혁은 통산 4번째 우승했다. 우리 아이들도 만들어진 게임만 하지 말고 본인이 직접 게임을 만들 기회를 마련이 중요하다. 부모도 옆집 아이가 하는 공부마다 다 따라 하게 강요하기보다 아이의 취미와 적성을 살리는 쪽으로 시간을 할애한다면 얼마나 행복한 일일까.
앞으로는 누가 지식을 많이 아는가 보다는 열린 지식을 어떻게 조합해 내 것으로 만드느냐가 더 중요하다. 컴퓨터 게임을 잘한다는 것은 기술의 접근성이 더 높음을 시사한다. 미래의 직업은 컴퓨터 관련 일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게임에 빠지는 것을 걱정스레 꾸중할 게 아니라 좀더 아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진정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찾아 전문화하는 과정이 더 필요하다.
하찮은 일이라도 아이를 많이 격려해 주자. ‘내가 비록 잘하지는 못해도 부모한테 사랑받는다’는 믿음만 있다면 언젠가는 변할 수 있다. 아이들은 어디서 어느 쪽으로 싹을 틔울 지 아무도 모른다. 지금이 그 아이의 결과물이 아니잖은가. 단지 하라는 공부를 소홀히 한다는 차이뿐이지 그 아이가 잘못하는 것은 사실 아니다. 죄의식을 갖게 할 필요가 전혀 없다. 아이가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남과 싸운다든지, 남의 물건을 훔쳐 교도소에 가는 것 아닌 다음에야 아이의 잘못은 없다. 아이들은 백 번 변한다.
지인의 아들도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게임에 쏙 빠졌었다. 학원 간다며 게임방 가기 일쑤라 그애 엄마가 너무 화가 나 아이와 소리지르며 싸우고 난리법석이었다. 객관적으로 보는 내 입장에서는 안타까워 그애 엄마한테 얘기 하곤 했다.
“공부가 다가 아니니 애한테만 목매달지 말고 차라리 엄마 발전을 위해서 그 시간을 쓰세요.”
“저도 그러구 싶은데 걔만 보면 속 터져 다른 생각을 전혀 할 수 없다니까요.”
나는 그 엄마와 통화를 자주해 아이의 근황을 체크했다. 그리고 엄마에게 우선 미션을 주었다. 아이에게 절대로 화내지 말고 구박하지 않기, 아무거나 하루에 하나씩 칭찬해 주기, 예를 들면 아침에 깨우지 않아도 스스로 일어나 밥도 먹으니 엄마가 얼마나 기쁜지 몰라, 엄마는 너를 진심으로 사랑해, 우리 아들은 책도 잘 보고 멋져, 꼭 성공할 거야! 를 엄마 침대맡에 써 붙이고 매일 실천하기로 나와 약속했다.
변화는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니다. 아이와는 진솔하게 대화해 게임 시간을 지키고 조금씩 변화해 보자고 해보시라. 많은 변화를 바라지 말고 오늘 딱1분 만이라도 작은 변화를 시도해 보면 부담없을 것이다. 조금씩 조금씩 나아가자고 북돋웠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엄마가 너그러운 마음으로 아이를 배려하고 기다리자는 내용이었다. 엄마의 태도가 달라지니 아이도 차츰 변하기 시작했다. 고2말 경에는 그애가 내게 카톡까지 보내와 감격했다.
“제가 읽은 만한 책 좀 선택해 주실 수 있으세요?”
그 아이가 어려서부터 책읽기를 좋아했다는 말을 들었던터라 듣던 중 반가웠지만 수능시험이 발등에 떨어졌는데 이제와 웬 책타령일까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어쨌든 그애의 마음이 달라지는 조짐 하나만으로도 흡족했다. 그 아이가 작년에 수도권 소재 3년제 대학의 컴퓨터 정보학과에 입학하더니만 싹 달라졌다. 전액 성적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학과 공부에 몰두해 친구와 함께 게임 관련 앱을 개발하는 등 컴퓨터 도사가 되어간다고 그애 엄마가 기뻐서 어쩔 줄 몰라했다.
아이도 변하고 세상의 가치도 변한다. 과거의 성공방정식으로 아이를 재단하지 말아야 함이다. 공부만 잘해 성공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세상에는 두 부류가 있다. 공부가 취미인 아이가 있는 반면 게임 등 다른 취미를 가진 아이의 분류 정도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너그럽게 아이를 바라보는 눈을 길러보자. 현명한 부모가 되는 길이 바로 그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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