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25(월) 22:22
교육타임즈 지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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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부터 재정 누수를 막겠다며 단속에 나섰지만 정작 불법 의료기관 적발은 대부분 제보와 신고에만 의존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건보가 스스로 ‘신고 의존형 기관’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브레이크뉴스와 CTN 취재를 종합하면, 세종시 대평동에 위치한 S 한방병원은 2020년 개원 당시부터 실제 운영자가 한의사가 아닌 J씨로 밝혀졌다. J씨는 병원 수익을 독점하며 불법 운영을 이어오다 수사 의뢰 끝에 사무장 병원으로 드러났다. K 한방병원 역시 대리 처방 약을 여러 환자에게 나눠주고, 입원하지 않은 환자를 입원한 것처럼 꾸며 요양급여비를 빼돌렸다. 이들 모두 건보의 자체 적발이 아닌, 주변 신고 덕분에 드러난 사례였다.
문제는 이 같은 구조적 허점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21년 B 한방병원은 동일 병명을 적용해 무려 4억 원의 요양급여비를 타냈으나, 보험공단은 지급 과정에서 이를 걸러내지 못했다. 70여 차례 부당 청구를 찾아낸 것도 결국 내부 신고에 의존했다. 건보의 관리·감시 시스템이 사실상 무력화돼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보는 스스로 단속 역량을 강화하기보다 “수사 권한이 없어서”라는 변명에 기대며 특사경 도입만 주장하고 있다. 대전세종충청본부 관계자는 “단속 인력에 한계가 있다. 제보 없이는 모든 병원을 조사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이는 책임 회피성 답변이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의료계 안팎의 반발도 거세다. 대전지역 한의사 A 원장은 “보험공단이 특사경 권한까지 갖게 되면 의료기관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병원장 B씨 역시 “수사권을 준다고 해서 사무장 병원이 근절되는 건 아니다. 오히려 과도한 권한 부여이며 시기상조”라고 직격했다.
실제 건보가 특사경 도입을 만병통치약처럼 내세우고 있지만, 재정 누수 방지 효과에 대한 근본적 의문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최근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소송에서 연이어 법원 제동이 걸린 것도 건보의 전문성 부족과 미숙한 대응을 드러낸 사례다. 제도적 장치 도입 이전에 직원 역량 강화와 체계적 관리시스템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더욱 심각한 것은 불법 의료기관으로 빠져나간 건강보험 재정 규모다. 2018년부터 2023년 6월까지 건보가 불법 의료기관 596곳에 지급한 요양급여비는 무려 7천억 원에 달한다. 건보의 안일한 관리와 허술한 단속이 불법 개설기관의 과잉진료·허위청구를 지금 이 순간에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건보의 특사경 도입 추진은 ‘재정 누수 방지’라는 명분 아래 감시 실패를 감추려는 꼼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특사경 권한을 쥐기 전에 먼저 스스로의 관리 부실부터 바로잡는 것이 국민 신뢰 회복의 첫걸음임을 건보 당국은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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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준 기자 jil3679@hanmail.net
정민준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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