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희의 문화산책]영국의 신사 문화를 사랑한 한국인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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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희의 문화산책]영국의 신사 문화를 사랑한 한국인들 [2]
[1. 2. 3회로 나누어 연재하는 영국 문화 이야기]
  • 입력 : 2023. 11.15(수) 10:03
  • 정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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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희(시인, 소설가 · 극작가 · 사진작가 · 예술인협동조합 ‘이도의 날개’ 창작공동체 대표 · 세종행복도시필하모니오케스트라 대표)
음식문화는 그 국가의 전통과 역사를 상징한다는 통념을 깨고 잉글랜드 요리는 그 역사에 비해 상당히 뒤처진 음식문화를 갖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남자란 '좁은 일본식 주택에서, 드센 미국 부인과 살며, 매일 영국 음식을 먹는 남자'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잉글랜드 음식은 정말 맛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잉글랜드인들도 자국의 음식이 맛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자학에 가까운 유머를 할 정도다. 미식의 나라 프랑스에서는 영국 음식이란 '혀에 대한 테러'라고 평하기도 한다. '영국인이 만들면 맥도날드 햄버거도 맛이 없다.없다' 든 지 '대영제국이 만들어진 것은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닌 결과물이다'라는 식의 악평들은 넘치도록 많다.

잉글랜드 음식이 맛이 없게 된 것에는 여러 가지 분석이 존재한다. 농경에 불리한 기후 때문에 농산물과 식재료가 다양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해양성 기후의 영향으로 구름이 자주 해를 가려 일조량이 부족하고 이슬비가 빈번히 내리며 기온도 낮아 농작물 재배가 쉽지 않는 점이 잉글랜드 기후의 특징이다. 또한 ‘하루 동안에 4계절이 있다’라고 할 정도로 날씨가 변덕스럽다. 하루 종일 화창하고 햇볕이 드는 날은 일 년 중 60일 뿐이 안 된다. 5월에서 10월까지는 그나마 날씨가 좋은 편이라고는 하나 하루 중 여러 번 비가 내리는 날이 많다. 이런 기후 때문의 프랑스나 남유럽처럼 달고 맛있는 과일이나 다양한 야채 등이 생산되지 못했다. 비가 많이 내린 덕분에 풀이 잘 자라고 목축업이 발달하여 소고기 등이 풍부하나 식재료가 다양하지 못하게 된 원인이 되기도 했다.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인클로저 운동과 18세기 후반에 산업혁명으로 농촌 인구가 도시로 이주하면서 전통음식에 대한 명맥도 단절되어 갔다. 도시노동자가 된 농민 출신들의 생활은 바쁜 일과와 강도 높은 노동으로 인해 전통 조리법을 멀리하게 했기 때문이다. 1, 2차 세계대전을 치르며 상황은 더욱 악화하였다. 전쟁으로 식량 생산량이 급감하여 배급제를 실시하였는데, 이런 배급제는 전후 1947년까지 유지되었다. 더욱이 전후 식민지들이 독립하며 경제마저 크게 쇠퇴했다. 전쟁의 궁핍함을 경험한 영국인들의 식탁은 더욱 빈약해졌으며빈약해져 갔으며 간소한 요리들만이 살아남게 되었다.

17세기에 청교도 혁명의 성공 세력들은 지나친 개신교 근본주의에 따라 맛있는 음식을 탐하는 것을 죄악으로 여겼다. 올리버 크롬웰을 비롯한 혁명 세력은 요리사들을 범죄자로 취급하기도 했다. 이런 청교도적인 전통은 계속 이어졌는데, 19세기에 쓰인 베스트셀러 『어머니들이 읽어야 할 자녀 양육 지침서』에는 맛없고 절제된 음식으로 어린 자녀를 훈육하여 금욕을 배우도록 해야 교육적이라는 내용이 실려 있을 정도였다. 이런 사회적인 분위기로 인해 잉글랜드 음식문화는 퇴행을 겪었다. 아울러 프랑스, 이탈리아, 중국, 인도, 태국 등으로부터 맛있는 음식문화가 전래하면서 외식산업을 점유해 버리자 그나마 남아 있던 잉글랜드의 전통음식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되었다.



정민준 기자 jil36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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