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넘어져 봐야 일어설 수 있다

김영희 교육에세이
아이들은 넘어져 봐야 일어설 수 있다
- 김영희 끝끝내엄마육아연구소 대표
  • 입력 : 2021. 05.30(일) 16:15
  • 가금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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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끝끝내엄마육아연구소 대표
[교육에세이/CTN]이미 성인 자녀가 된 아들 승우가 유치원 때 일이다. 갑자기 자신의 포부를 말하며 심각해졌다.

"나중에 크면 안 죽는 약을 만들 거에요."
"왜 그런 생각을 하니?"
"동화책에 나오는 악당이 죽었거든요. 제가 죽지 않는 약을 만들면 엄마, 아빠도 오래오래 살 수 있을 거에요."

당시 아이는 죽음을 잘 모르지만 엄마, 아빠가 악당처럼 사라질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의 상상력은 끝이 없다.

어른이 보기에 허무맹랑한 일이라도 칭찬과 격려로 아이의 상상력과 호기심은 쑥쑥 자랄 수 있다.

디즈니랜드로 유명한 월트 디즈니의 어머니는 단 한 번도 아들의 상상력과 진취적인 호기심에 상처를 주지 않았다고 한다.

호기심이 있는 사람은 주변의 현상에 대해 '왜 그럴까?', '무슨 일일까?'라는 질문을 의식적으로 제기하고 그 질문에 답을 찾으려 노력한다.

안타깝게도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대학이라는 정형화된 틀에 갇히는 순간부터 아이들의 상상력과 호기심은 곤두박질친다.

소설가이자 동화작가인 이철환의 "못난이 만두 이야기"중 상상력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정확한 의미의 상상력이란 없는 것을 보는 것이 아닙니다. 있는 것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이 상상력의 시작입니다. 상식적인 것들을 한 번쯤 뒤집어 생각해 보는 것이 상상력입니다"

그렇다.
상상한다는 것은 별로 어려운 게 아니라 거꾸로 생각해 보기다.

그러기 위해 상식적이고 일반화된 것을 더 자세히 관찰해야 한다.

변화가 작은 호기심과 상상에 의해 시작되듯 아이의 미래도 마찬가지다. 미래를 가상해 보며 틀에 박힌 사고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스스로 공부할 환경이 조성된다.

미래 교육은 어떠해야 할지를 과감하게 상상한 인도의 수가타 미트라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아이들에게 스스로 학습 환경을 만들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한다면 누구나 스스로 배울 수 있습니다"

그의 연구의 시작은 문명과 멀리 떨어진 시골 마을 아이들에게 컴퓨터를 선물해 주면 어떨까? 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그는 1999년 인도 뉴델리 소외 지역에 "Hole in the wall(벽 속의 구멍)" 이름의 컴퓨터를 설치하고 방치한 채 아이들이 컴퓨터를 어떻게 스스로 터득하는지를 관찰했다. 몇 개월 뒤 결과는 실로 놀라웠다.

컴퓨터가 뭔지도 모르던 오지의 아이들이 서로 의논하여 컴퓨터 게임을 즐기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아이들이 이런저런 실패를 거듭하며 결국 스스로 학습을 통해 얻어낸 결과다.

그와 흡사한 경우로 승우를 예로 들어보겠다. 그 애는 스스로 학습을 통해 대학에 갔고 직장도 얻었다.

승우는 어려서부터 그리는 걸 무척 좋아했다.

6개월 되어 앉기 시작할 무렵부터 내 나름의 '3통'을 실천했다. '3통'이란? 통이미지, 통언어, 통큰육아였다.

두꺼운 유아 그림책 대신 얇은 종이에 사물 전체 모습이 담긴 그림들을 보여 주었다.

바로 초등학교 1학년 도덕 교과서 종류였다.

종이가 얇으니 고사리손으로 곧잘 넘기곤 했다.

소근육 운동이 뇌와 직결된다는 사실은 익히 아는 바다.

영유아기 때 뇌의 70~80%가 완성된다.
아이는 책을 장난감 삼아 오감 놀이를 충분히 했다.

오감이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의 감각을 말한다. 물고 빨고 냄새 맡고 촉감을 느끼며 찢기에 바빴다. 하등에 문제될 게 없었다. 오감 놀이는 표현력과 창의력을 높이는 기반이 될 수 있어 오히려 일거양득이었다.

" 아이들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생후 20개월 무렵이 되면 점, 선으로 된 낙서를 하기 시작한다"
미국 유아미술학자인 로다 겔로그 박사의 말이다. 정말 승우를 보며 알게 된 사실이다.

대부분 부모들은 뭔가를 가르쳐야만 하는 걸로 착각한다. 마케팅의 영향이지 싶다.
스스로 배워 앎을 증폭시키기까지 많은 인내와 숙련이 필요하다.

거기엔 부모의 적극적인 지지와 아이를 향한 믿음이 전제되어야 한다.

"만약 우리가 어린이들의 마음속에서 사물에 대한 참 되고 확실한 지식이 자라게 되길 원한다면 실제적인 관찰과 감각적인 지각에 의하여 모든 사물들을 배울 수 있도록 그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17세기 최대의 교육자이며 사상가인 코메니유스가 말했다.

나는 사교육 대신 산과 들, 자연, 책, 사람을 벗삼아 많은 걸 보고 느끼게 했다.
승우는 아기 때부터 주로 퍼즐과 조립, 그림 그리기와 책보기, 놀이가 생활의 전부였다. 레고 블럭 등이 쌀자루 몇 개는 되었고, 하루에 한 권 정도씩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려댔다. 그

런 재미에 푹 빠진 아이는 다른 뭔가에 투정부릴 시간조차 없었다. 덕분에 모자 관계가 별로 부딛칠 게 없었고 그애와는 어리지만 말이 서로 통했다.

유아어 대신 일상 언어, 즉 어려운 단어도 천 여 번 들으면 어린 아이라도 그 의미를 어느 정도 파악한다고 하니 그래서 그랬나 싶다.
자기가 좋아하는 동화책은 한글도 모르던 땐데 듣고 또 들어 조사까지 몽땅 외우곤 했으며 거기에 나오는 고급 단어들도 암암리에 알고 이해했다.

그게 바로 통언어에 속한다. 몰입의 즐거움이 가져다 준 결과였다. 대개의 부모는 흔히 아이에게 사사건건 간섭하는 경향이 있다.
"밥 먹을 시간이다, 학원 버스 올 때다, 그렇게 하면 안 돼, 미술 학원 가야지, 영어 선생님 오시네" 사교육 등이 아이의 시간을 빼앗는 주원인이 된다.

스스로 배울 기회를 박탈하는 처사다.

그로 인해 아이의 소중한 몰입을 반토막 내는 일이 허다하다.

재밌는 놀이마저 방해하는 격이다. 내가 강연을 다니며 부모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이 대목이다.

아이에게 시간을 돌려주시라. 멍때리는 시간을 허락하라. 그때 아이의 창의와 아이디어가 마구 쏟아져 나오리라.
바로 통큰 육아다. 말랑말랑한 시기인 출생에서 만 3세까지의 육아가 통을 크게 만들 기회다. 그 후엔 혼자 도는 바람개비처럼 홀로 성장한다.

손흥민 축구선수가 아버지의 트레닝 덕으로 세계 으뜸이 될 수 있었듯 가이드와 신념과 목표가 분명해 호흡이 맞으면 아이 스스로 배움이 얼마든 일어난다.

아이를 관찰하는 힘과 고른 통찰, 칭찬과 격려가 아이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때론 당근과 채찍도 필요하지만 아이와 수많은 소통을 통해 별 갈등 없이 추진해 나갈 수 있다.
때문에 나는 아이를 키우며 때리거나 꾸짖은 적이 거의 없었다.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여겨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다. 아이를 내 소유물로 생각할 때 욕심내고 화내며 부모의 잣대로 휘두르기 쉽다.

혹 꼭 바로잡을 일이 있을 땐 따끔하게 말하고 아이의 의견을 물어 공감하며 다음에 또 그런 잘못이 일어나지 않도록 인지시킴이 중요하다. 원칙과 예의 바름은 부모 자식 간에도 통용된다. 가정은 작은 사회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누구나 배움 DNA를 갖는다.

"실제로 도움이 필요한 경우에만 어린이를 도와 주어라" 루소가 어린이 준칙에서 한 말이다.
어려운 환경일수록 배움의 의지력은 더욱 샘솟는다.

세상은 그렇게 진화 발전해 왔다. 우리 아이들도 배울 환경만 자연스럽게 조성된다면 불모지에서도 스스로 배움의 꽃을 활짝 피울 것이다. 아이들이 걸음마를 배울 때 천 오백 번은 넘어져야 비로소 걸을 수 있다.
가금현 기자 ggh7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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