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사람답게 살기 위한 공부

리채운의 신사임당의 자녀교육법
<1>사람답게 살기 위한 공부
리채윤 도서출판 작가교실 대표
  • 입력 : 2021. 05.10(월) 16:23
  • 가금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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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채윤 도서출판 작가교실 대표
[신사임당의 자녀교육법/CTN] 새벽에 일어나서는 아침에 해야 할 일을 생각하고, 밥 먹은 뒤에는 낮에 할 일을 생각하고,
잠자리에 들어서는 내일 해야 할 일을 생각하라, 만일 일이 있으면 그것을 반드시 처리한 다음에 글을 읽어라. 글을 읽는다는 것은 옳고 그름을 분간해서 실천에 옮기려 하는 것이니 만일 사물을 살피지 않고 건성으로 글만 읽는다면 부질없는 학문이 될 것이다.
-율곡 이이, 자경문(自警文) 중에서

서장: 사람답게 살기 위한 공부
사람들은 흔히 '현모양처(賢母良妻)의 모델로 신사임당(申師任堂)'떠올린다.

하지만 실존했던 신사임당은 현모양처와는 다른 인생을 살았다. 막상 신사임당이 살던 16세기 전반의 조선에서는 현모양처란 말은 거의 쓰이지 않는 말이었다.

자료를 살펴보면 신사임당은 귀감이 될 만한 어머니이기는 했으나, 남편에게 고분고분하거나 특별히 어진 아내는 아니었다. 아들 율곡 이이가 어머니 사후에 쓴 〈어머니 행장(行狀)〉을 보면 신사임당의 이미지는 현모양처와는 상당히 거리가 멀다. 신사임당의 현모양처 이미지를 누가 왜 만들었을까?

신사임당은 16세기에는 당대의 화가 신씨로만 알려져 있었다. 그녀의 사후 아들 율곡이 대학자로 대정치가로 명성이 커지는 바람에 그녀는 화가이기보다는 대학자의 어머니, 성현의 어머니로서 현모양처의 대명사로 이미지가 변해갔고 그렇게 이미지가 굳어버렸다.

이 책은 왜곡된 신사임당 상을 바로잡기 위해 시작되었다. 내가 보기에 신사임당의 삶을 관통하는 주제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여성의 사회생활이 여의치 않은 조선시대에 자기계발에 성공한 예술가로서의 삶이고, 두 번째는 대학자 율곡(栗谷) 이이(李珥)를 비롯한 7남매나 되는 자식들을 모두 뛰어난 인물로 키워낸 훌륭한 교육자로서의 자녀 교육법이다.

내가 신사임당에 주목한 것은 신사임당은 시와 그림에 능한 예술가이면서, 4남 3녀를 모두 천재아로 길러낸 훌륭한 어머니라는 점이다.

율곡은 조선시대 500년을 통틀어 장원급제를 가장 많이 한 '수석 합격의 달인'이었다.

29세에 아홉 번째 장원을 한 후 말을 타고 거리를 나서자 백성은 물론 어린아이들까지 몰려나와 '구도장원공(九度壯元公)'이라며 율곡을 칭송했다.

신사임당은 자녀들에게 맞춤형 교육을 실시했다.

머리가 영특했던 율곡에게는 학문 공부를 집중적으로 시켰고 예술적 재능의 싹이 보였던 큰딸 매창(梅窓)과 막내아들 옥산(玉山) 이우(李瑀)에게는 예술에 승부를 걸었다.

큰딸 매창은 어머니의 재능을 그대로 빼닮아 시문과 그림에 빼어난 재주를 보여 '작은 사임당'으로 불렸다.

옥산 이우는 시·서·화와 거문고에 모두 능해 조선시대 초유의 사절(四節)의 자리를 차지했다. 옥산은 신사임당이 능했던 초서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해서 사임당서파를 형성시켰고 우리나라 초서풍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가정교육이 중요시되는 이때에 자녀들을 모두 훌륭하게 키워낸 신사임당은 자녀 교육의 롤모델(role model)이 아닐 수 없다.

오늘날 우리나라 교육은 대학 진학률이 84.5%(세계 1위)일 정도로 우리 사회를 움직이고 있는 가장 큰 화두(話頭)다. 수업료가 전액 무료인 독일의 경우 30~40%에 불과하다. 대학생이 국민 14명 중 1명꼴인 332만 명이나 된다니 말이 되는가.

자녀를 명문대학에 보내고 좋은 직장에 보내기 위해 이 땅의 어머니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뛰어다닌다. 강남 학원가는 한밤중인데도 학원이 끝나는 시간이 되면 아이들을 태우러 온 차들로 러시아워를 방불케 하고 아이들은 집에 와서도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공부를 하다가 새벽에야 잠을 잘 수 있다

실제로 내가 아는 지인은 연년생 아이 둘이 대학을 가고 유학을 보내는 바람에 가까스로 장만했던 집을 팔고 다시 셋집을 전전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 많은 사람들이 대학은 무엇 때문에 가는 것인가? 학문을 연마하기 위해서? 전문적인 지식을 얻기 위하여? 지도자로서 자질을 함양하기 위하여?

내가 보기에는 단지 직업을 얻기 위한 스펙을 쌓기 위해 대학에 간다는 것이 정답일 것 같다. 교육의 목표가 대학입시와 직장 구하기로 변질된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대학생들은 입학하자마자 스펙을 쌓기 위해 모든 시간을 투자한다.

자신을 토익 점수로, 학점으로 수치화 시키고, 흔히 말하는 '자소설(자기소개서)'로 포장해도 원하는 기업에 취직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

무위당(无爲堂) 장일순 선생은 이러한 세태를 "옛날에는 사람이 공부한다는 것이 자기의 진실한 삶을 위해 수행하는 자세로 하는 것이었다면 오늘날에는 남에게 고용되기 위해서 하는 공부가 되어 버렸다"고 한탄한 바 있다.

이럴 때 <신사임당의 자녀교육법>을 주목하고 이 땅의 어머니들이 그것을 배우고 닮아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율곡 이이는 퇴계 이황과 함께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학자이지만 따로 사숙한 이렇다 할 스승이 없다. 신사임당은 6살 때부터 아들 율곡을 무릎에 앉히고 직접 가르쳤다. 뿐만 아니라 맏딸 매창, 막내아들 이우를 모두 천재적 예술가와 학자로 키워냈다.

과연 신사임당 자녀교육법의 비결은 무엇일까? 신사임당은 자녀들에게 공부를 하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스스로 공부하는 비법을 전수해 주었을 뿐이다. 말하자면 신사임당은 이미 500년 전에 아이들의 다중 지능을 지니고 있음을 깨치고 '맞춤형 교육', '자기주도학습법'을 개발해서 자녀들에게 전수해 주었던 것이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은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읽는 외국 소설이다.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멋진 한 구절이 나온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싸운다. 알은 곧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그렇다.

나를 가둔 구세계, 알을 깨뜨리지 못하면 자기만의 세계, 성공적인 삶, 행복한 삶을 기대하기 어렵다. 매순간 알을 깨뜨리고 새로운 세상을 만나야 한다. 하지만 매번 알을 깨고 나오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일찍이 동양에서는 데미안의 그 구절보다 더 멋진 고사성어가 존재해왔다.

'줄탁동기(碎啄同機)'

이 말은 중국 송대(宋代)의 선종(禪宗)을 대표하는 벽암록(碧巖錄)에 나오는 말인데 이 말의 뜻은 알 속에서 병아리가 알을 깨고 세상으로 나오려고 할 때, 어미 닭이 그 기미를 알아채고 밖에서 알을 쪼아 병아리가 알을 깨트리는 것을 도와준다는 내용이다.

병아리들은 자기의 삶을 살기 위해 안에서 껍질을 깨트린다.

이것을 안 어미 닭은 병아리의 껍질 깨트리기가 좀 더 쉽도록 쪼아 준다. 하지만 결코 어미 닭이 껍질을 모두 깨트려 주지는 않는다.

우리 아이들도 껍질을 깨기 위한 시도를 한다. 그

런데 미련한 우리 어머니들은 오장창 알을 깨트려주고 날개도 마르기 전에 자동차 문을 열고 '어서 타라'고 성화다.

부리도 채 굳지 않은 아이들에게 산해진미를 차려주고 어서 먹으라고 보챈다. 과연 그것이 사랑이고 올바른 교육일까?

신사임당은 그 어미닭의 역할을 착실하게 수행한 현명한 교육자였다. 어머니의 가르침만으로 아들 율곡은 이렇다 할 스승도 없이 조선 시대를 대표하는 대학자가 될 수 있었다.

교육이란, 공부란 그저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스펙쌓기가 아니다.

'좋은 대학'이 미래를 보장해 주는 시대는 끝났다.

공부란 사람답게 살기 위한 삶의 여정이어야 한다. 나는 이 땅의 고루한 어머니들이 하루빨리 현명한 교육자였던 신사임당의 본을 받기를 바라면서 이 책을 썼다.

연재되는 이 글은 그러한 신사임당의 자기주도학습법의 세계로 당신을 안내할 것이다.

이 연재를 마지막까지 읽은 당신이 '그래. 바로 이것이닷!'하고 무릎을 치기를 바란다.
가금현 기자 ggh7000@hanmail.net
가금현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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