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南漢山城)의 교훈

가재산의 삶의 이야기
남한산성(南漢山城)의 교훈
- 핸드폰책쓰기코칭협회 회장 가재산
  • 입력 : 2021. 03.08(월) 18:34
  • 가금현 기자
오피니언
기고
칼럼
사설
인사
종교
동정
신년사
송년사
안창현의 칼럼
발행인 칼럼
CTN논단
만물창고
가재산의 삶의 이야기
리채윤의 신사임당의 자녀교육법
문영숙의 꼭 알아야 할 항일독립운동가 최재형
CTN문학관
김영희 교육에세이
박순신의 사진여행
주대호의 물고기 사육정보
가재산 핸드폰책쓰기코칭협회 회장
[가재산의 삶의 이야기/CTN]1월 중순이었다.

아직은 칼바람이 꺾이지 않은 한겨울, 대한이 놀러왔다가 얼어 죽었다는 소한의 이른 아침, 100여명이 넘는 산쟁이들이 남한산성에 몰려들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CEO들을 상대로 조찬모임을 개최하여 한참 인기 있을 때였다.

부설로 만든 등산모임인 시애라(詩愛羅) 클럽에서 '남한산성'의 저자인 김훈 선생을 모시고 남한산성을 순례하는 산행 행사에 산을 좋아하는 나도 오랜만에 동참했다.

김훈은 어느 작가보다도 대중과 친숙한 이름이었고 2007년 4월 출간된 장편소설 『남한산성』은 그 해 출간된 한국소설 중 으뜸이었다.

문장은 짧지만 끊고 맺는 힘이 있는 그의 문체는 화제가 되어 2017년 특별판으로 재출간되었다.

130만 부가 넘게 나간 『칼의 노래』를 비롯해 그의 저작은 200만부 이상 팔린 것으로 업계는 집계하고 있다.

『남한산성』은 1636년 12월 14일부터 1637년 1월 30일까지 갇힌 성 안에서 벌어진 말과 말의 싸움, 삶과 죽음의 등치에 관한 참담하고 고통스러운 낱낱의 기록을 담고 있다.

인조는 병자호란 당시 청나라에 항복하기 위해 서문을 거쳐 삼전도에 도달하여 청태종에게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머리를 땅에 조아리는 ‘삼배구고두례(三拜九叩頭禮)’를 올렸다.

정월 엄동설한 추위에 일국의 왕이 적 앞에서 언 땅에 아홉 번이나 머리를 조아려 이마에 피가 맺힐 정도였으니 그 얼마나 치욕적인가?

"죽어서 살 것인가, 살아서 죽을 것인가? 죽어서 아름다울 것인가, 살아서 더러울 것인가?" 김훈은 370년 전 조선 왕이 '오랑캐'의 황제에게 이마에 피가 나도록 땅을 찧으며 절을 올리게 만든 역사적 치욕을 정교한 프레임으로 복원하였다.

갇힌 성안의 무기력한 인조 앞에서 벌어진 주전파와 주화파의 치명적인 다툼 그리고 꺼져가는 조국의 운명 앞에서 고통 받는 민초들의 삶이 씨줄과 날줄이 되어 무섭도록 끈질긴 질감을 보여준다.

김훈은 최고 경영자 CEO를 대상으로 많은 문학 강연을 했다.

소설가가 대기업 임원의 초청을 받는 건 드문 경우다.

그러나 한국의 많은 CEO들은 『남한산성』을 탐독했다.

CEO들은 한결같이 그 당시 나라가 위태로웠던 피 말리는 상황에서 전개되는 리더십의 중요성에 특히 관심이 많았다.

신입사원 입사시험에서 그들에게 척화파 김상헌과 주화파 최명길 중에서 어느 입장을 택할지를 물었다는 한 대기업 임원도 있었다. 

이날 산행에는 당시 상황을 그대로 새로 복원한 성을 일주하며 김훈 선생의 짤막짤막한 설명을 들으며 남문에서 출발하여 행궁까지 한시간정도 산행을 진행했다.

산행을 마친 뒤 작가의 한시간 남짓 특강을 하고 뒤이어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그의 말투는 평소의 글처럼 한 문장을 넘지 않았고 조사가 빠진 말들은 글처럼 강렬했다. 여러 사람들이 질문을 계속했다.
그중에 나도 질문을 하나 던졌다.

"오늘 역사적 교훈을 되새기는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만, 이러한 굴욕의 역사 속에서 제가 돌아가 회사의 직원들과 집에 있는 두 애들한테 꼭 한마디 이야기를 전해준다면 어떤 말을 전해주면 좋겠습니까?"

그는 특유의 짧고 투박한 말투로 이렇게 말해주었다.

"일류의 큰 문제의 하나는 약육강식의 문제이며 강한 자가 약한 자를 물어뜯는 질서는 승복하기는 어렵지만, 또한 승복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운명이다. 회사가 돈을 벌고 이익을 낸다는 것은 분명 아름다운 미(美)라고는 할 수 없지만, 기업이 돈을 벌지 못한다면 나쁜 악(惡)이다. 돈을 벌지 못하면 주주, 종업원, 국가에 큰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리더는 어려울 때 전환의 힘을 가져야한다."

그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애들도 마찬가지다. 공부를 많이 하고 아무리 착한 아이일지라도 제 밥벌이를 하지 못하면 자신의 인격을 논하기 어렵고, 자기 자신을 세상에 자신 있게 내세우는 데는 모자랄 수밖에 없다. 부모의 역할도 자식들에게 무조건 잘 해주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남한산성은 단지 유산객들의 놀이터로서 역할이 아니라 유네스코에 등재된 만큼 자라나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조상들이 당한 치욕의 현장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주지시키는 교육의 현장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요즘도 가끔 남한산성을 오른다.

그때마다 그의 강렬한 메시지는 두고두고 나의 머릿속에 남아 있다.

"개인들이 자기 밥값을 하지 못하고, 회사가 돈을 벌지 못하고, 국가가 번영하지 못하고 힘이 없으면 똑같은 치욕의 위치에 떨어 질수밖에 없다" 이 말 한마디가 남한산성이 던져주는 핵심이고 마음에 새겨야할 교훈이다.

'삶은 치욕을 견디는 나날'이라고 말하는 김훈 작가는 조선의 가장 치욕적인 역사를 소설로 기가 막히게 축약해 놨다.

마치 지금의 치열한 경쟁 속에 있는 기업의 경영상황과 다를 바 없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여 있는 우리의 정치상황과 너무나 닮은꼴이다.

그 당시 명이냐 청이냐 다투다가 오랑캐라고 청을 무시한 인조의 선택이 가져온 이 치욕이 단지 과거완료형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 미래형이 될 수 있음을 작가 김훈은 에둘러 말하려는 것이 아닐까?
가금현 기자 ggh7000@hanmail.net
가금현 기자 입니다.
가금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오늘의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