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치과병원 홈페이지 전면부에 실려있는 이용무 서울대치과병원장 공식 인사말 이면에는 정작 환자에게는 권리 포기와 침묵을 요구하는 '갑질'합의 문서가 제시됐다는 지적이다. (사진/서울대치과병원 홈페이지 갈무리 ⓒ정민준 기자)

[심층취재/CTN]정민준 기자ㅣ서울대학교치과병원(원장 이용무)이 ‘질 향상(QI) 활동’을 내세우며 환자 안전과 서비스 개선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환자와 체결된 합의서 내용이 공개되면서 그 외침이 공허한 구호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대치과병원이 개최한 ‘2025 QI 활동 경진대회’와 이용무 병원장의 “환자가 가장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병원”이라는 인사말 이면에, 정작 환자에게는 권리 포기와 침묵을 요구하는 '갑질'합의 문서가 제시됐다는 지적이다.

CTN이 확인한 합의서에는 병원 측이 의료진의 과실과 인과관계가 없다고 명시하면서도, 환자에게 합의금 지급을 조건으로 민·형사·행정상 모든 권리 포기, 민원 및 인터넷 게시 금지, 향후 진료 제한, 집회·시위 금지 등 광범위한 의무를 부과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특히 “고객측은 고객과 동일한 의무를 진다”는 문구는 환자 가족까지 포괄하는 구조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과도한 책임 전가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병원은 QI 경진대회를 통해 전신마취 프로세스 개선, 환자 이해도 향상, 불안감 감소 등을 성과로 내세웠지만, 정작 실제 분쟁 상황에서는 환자에게 ‘진료 제한’과 ‘문제 제기 금지’를 요구한 셈이어서 “질 향상은 구호일 뿐, 권리 보장은 실종됐다”는 비판이 힘을 얻고 있다.

병원 측은 “합의서에는 고소·고발, 추가 금전 요구, 시위 금지 등 분쟁 재발 방지를 위한 조항이 포함돼 있지만 이는 모든 국립병원의 표준 절차”라고 해명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QI 활동은 형식적 발표가 아니라 환자의 권리 존중과 제도 개선으로 드러나야 한다”며 “한쪽에서는 환자 중심을 말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침묵을 요구하는 문서를 제시했다면 그 자체로 신뢰의 균열”이라고 지적했다. 법조계 역시 “의료기관이 합의서를 통해 환자의 진술과 권리 행사를 포괄적으로 제한하는 구조는 분쟁 소지가 크다”며 “공공의료기관일수록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용무 병원장은 공식 인사말에서 ‘국민이 가장 신뢰하는 치과병원’을 목표로 내세우며 환자 최우선 시스템을 강조했지만, 실제 환자에게 제시된 합의서 내용과는 뚜렷한 괴리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속적인 고민과 노력’이라는 선언과 달리, 환자들은 보호가 아닌 통제의 대상이 된 느낌이라는 반응도 적지 않다.

서울대치과병원이 진정으로 말하는 ‘질 향상’이 회의장 발표와 홍보 문구에 그치지 않으려면, 논란이 된 합의서 작성 배경과 기준, 법률 검토 과정,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해 투명한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민준 기자 jil3679@hanmail.net 정민준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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